레드 와인 마시기 좋은 선선한 가을이다. 더운 여름에는 와인을 제대로 마시기가 쉽지 않은데, 특히 와인 온도 컨트롤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와인을 레스토랑이나, 실외 혹은 지인의 집에 가져가서 마셔야하는 경우가 어렵다.

와인을 테이스팅 할 때 가장 중요한 핸들링 요소는 바로 시음 온도이다. 전문지식을 갖춘 소믈리에가 있는 매장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매장에서 레드와인 서빙 온도 컨트롤이 잘 되지 않는데, 특히 와인 셀러를 갖추지 않거나 셀러를 화이트와인 용으로만 사용하고 레드 와인은 상온으로 보관하고 서빙하는 매장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또한, 와인 초보자들이 자주하는 겪는 경험 중, 누군가의 추천을 받고 마신 와인이 맛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느껴지는 상황이 있는데, 취향의 차이를 넘어서, 많은 경우 와인 시음 온도를 맞추지 않기 때문이다.

Fig.1.처럼 와인 종류별로 적정 시음 온도가 있으며,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5-10℃, 화이트 와인의 경우 7-14℃, 가벼운 레드 와인인 경우 12-17℃, 무거운 레드 와인인 경우 17-21℃를 추천한다. 시원하지 않은 라거 맥주나 소주를 마시면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조금 더 쉽게 기억하는 방법은 와인의 알코올 도수와 비슷한 온도를 맞추면 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은 5-12% 사이의 알코올 도수를 보이며, 화이트 와인은 11-14%, 가벼운 레드 와인은 11-13%, 무거운 레드 와인은 13-16%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다. 시음 온도대와 비슷한 숫자를 가지므로, 라벨에 적힌 알코올 도수를 보고 시음 온도를 판단하면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







왜 시음 온도를 맞춰서 마셔야 할까?
와인을 이루는 테이스팅 요소들이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와인 테이스팅에서 와인의 특징을 구별하는 4가지 요소는 Fig.2. 와 같이 산도(Acidity), 당도(Sugar), 탄닌(떫은맛,Tannin), 알코올(Alcohol) 이다. 이것은 와인의 언어이며, 우리가 어떤 와인을 표현할 때, ‘이 와인은 산도가 높고, 당도는 중간 정도이며, 탄닌이 많이 느껴지며, 알코올 볼륨이 크게 느껴진다.’ 라고 표현하면, 그 와인을 마시지 않은 사람이 표현을 보고 이 와인이 어떠한 스타일의 와인인지 알 수 있다.

이 4가지 요소가 각각 진하게(intense), 균형적으로(Balance), 그리고 마시고 나서도 길게 여운이 남는 (Finish) 와인이 보통 고가의 좋은 와인이다.

인간의 혀는 온도에 따라 위 4요소의 크기를 다르게 느끼는데, 온도가 높을 경우 당도와 알코올을 더 느끼며, 온도가 낮을 경우 산도와 탄닌을 더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여름철 상온에 보관된 레드 와인을 마시면 알코올이 많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따라서 적정 시음 온도를 맞추지 않으면 와인메이커가 의도한 그 와인의 캐릭터를 왜곡해서 느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전에 마신 와인과 같은 와인을 마실 때, 기억과 맛이 다른 경험이 있을텐데

1. 와인 보틀 베리에이션(variation)
2. 와인 시음 분위기
3. 와인 시음자의 컨디션
4. 함께 먹는 음식의 종류
5. 와인의 시음온도

이 다섯 가지의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5번 항목은 시음자가 컨트롤 가능하므로, 와인메이커가 의도한 와인의 본 모습을 보기 위해서 온도를 맞춰 마시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더운 여름철 실내온도는 에어컨을 가동해도 보통 25-27℃ 수준으로, 셀러가 아닌 일반 진열대에 놓인 레드 와인을 바로 마신다면 무려 10℃나 높은 온도에서 마시게 되며, 따라서 알콜감과 단맛이 부각된 상태로 마시게 된다.

18℃는 생각보다 입안에서 시원한 정도로, 상온의 실내에서 보관한 레드 와인을 마신다면 역시 칠링을 반드시 해줘야 한다.

와인 셀러가 없어 적정온도 유지가 힘들거나, 와인을 외부에 가져가서 마시게 될 경우, 외부에서 칠링이 힘든 경우에는 레드 와인을 일반 냉장고 3~6℃ 냉장실에 전날 넣어두고 마시기 3시간 전 정도에 꺼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의 26-27℃ 실내에서 2-3시간 정도 지나면18℃ 정도로 맞춰진다. 이 때 더 차갑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한데 손의 체온으로 글라스 온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음 온도 유지에 유용한 것이 바로 와인 셀러(와인 냉장고)로, 와인의 보관뿐만 아니라 와인의 시음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와인에 관심을 두고 몇 병씩 구매하기 시작한다면, 미니 와인셀러 구매를 적극 추천한다.





케빈 즈랠리의 "와인바이블" 및 와인 전문 잡지 “Wine Spectator”의 Tip에 의하면 와인 보관의 최적온도는 55 ℉ = 12.7℃ 라고 한다. 그러나 온도 값 자체보다는 지속적으로 동일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보통 45 ~ 65℉ = 7 ~ 18 ℃ 정도만 유지하면 좋다고 한다.

와인의 온도가 30℃ 이상 높아질 경우, 내부 알코올 기화가 심해져, 와인이 코르크 밖으로 넘쳐흐르는 현상(보통 와인이 끓는다라고 표현)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와인은 열화 되었다고 표현하며, 와인의 복합미가 사라진 밍밍한 상태의 와인이 된다. 따라서 더운 여름철 상온에서 와인을 보관하는 것은 와인이 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와인 냉장고, 와인 셀러는 와인 보관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보통 실제 습도 유지는 잘 되지 않는다.)를 유지하기 위하여 냉각 기술을 적용한 전자 제품이다.




대표적인 와인 셀러 메이커로 L사 제품의 경우 45병 이상의 대용량 와인 셀러에는 일반 가정용 냉장고와 같이 냉매 압축 냉각 사이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소위 에어컨 가스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는 냉매(Refrigerant)를 이용하여 압축-응축-팽창-증발의 열역학적 냉각 사이클을 구성하여 냉열을 얻는 방식이다. 전기를 이용하여 압축기를 구동하고, 열교환기를 통해 냉열을 와인 셀러 내부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많은 양의 냉열, 낮은 온도를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45병 이상의 대형 와인 셀러에 적용하고 있다. 보통 와인 셀러의 옆면에 응축기(콘덴서)를 배치하여 외부로 방열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와인 셀러의 옆면을 만져보면 따뜻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와인 셀러의 경우 안정적으로 많은 양의 와인을 적정 온도로 보관할 수 있으며, 특히 스파클링이나 화이트 와인을 바로 꺼내서 마실 수 있는 6℃ 정도로 냉각이 가능하여 상칸, 하칸 분리 형태로 레드 와인 온도와 화이트 와인 온도를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냉매 압축 냉각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한 요소 부품 비용으로 인해 와인 셀러 가격이 높아지고, 압축기 구동에 의한 진동과 소음이 있는 것이 단점이다.

최근 와인 셀러 및 냉장고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저소음, 저진동, 저전력사용 제어 등 과거보다 와인 셀러의 단점이 많이 보완되어, 침대 옆에 두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성능이 향상되었으나, 100만원대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웬만한 와인애호가가 아닌 이상 쉽게 구매가 힘든 제품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 1인 가구 증가 및 와인 소비 증가 트렌드로 인해 12병 이하의 미니 와인 셀러 제품이 증가하였는데, 이러한 미니 셀러에서는 전력을 가하면 온도차가 발생하는 펠티에(Peltier) 효과를 이용한 열전소자(반도체)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저용량의 냉각 부하에 적합한 저소음 저비용의 냉각 방식으로 대부분의 미니 와인셀러 메이커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구조가 간단하고, 구동부가 없어 진동가 소음이 적으며,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어, 소용량의 미니 와인 셀러에 적합한 기술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냉기 순환을 위한 팬(Fan)이 있어 실제 소음은 약간 있는 편이다. 이러한 펠티에 소자를 활용한 미니 셀러의 경우 작동 온도가 주로 12-18℃로 설계되어 있어,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바로 꺼내 마시기에는 온도가 높으며, 특히 외기 온도가 높은 여름철의 경우 냉각 용량의 한계로 인해 설정 온도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고장날 경우 오히려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여, 내부 와인이 모두 끓어 넘치는 사례도 있는데, 냉매 압축 방식의 와인 셀러의 경우, 작동이 멈춰 냉기가 유지되지 않아 외기 온도와 같아지는 경우는 있지만, 셀러 내부 온도를 상승시키지는 않아 이러한 사고 사례는 미니 와인 셀러의 가장 큰 단점으로 판단된다.




미니 와인 셀러 활용 팁은, 10만원대의 미니 와인 셀러 중 가장 큰 12병 제품을 추천하며 (몇 병 넣다 보면 금방 채워진다), 12-14℃ 설정으로 레드 와인 위주로 사용하고,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은 일반 가정용 냉장고에 두는 것을 추천한다.

와인을 몇 년 이내로 보관할 경우 일반 가정용 냉장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적정 시음 온도로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미니 와인 셀러는 레드 와인 시음 온도에 맞게 온도를 설정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와인 냉장고 내부에 반드시 미니 온도계를 두고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와인 냉장고 내부는, 와인으로 채워져 있고, 냉기가 나오는 위치가 한정적이며, 자연 대류를 활용하기 때문에 셀러 내 온도 분포가 고르지 않고, 성층화 되어 있다. 특히 세로 형태의 와인 셀러의 경우 냉각부의 위치에 따라 아래쪽이 온도가 낮을 수도, 위쪽이 온도가 낮을 수도 있다.

특히 대부분의 와인 셀러 표시기에 표시된 온도 값은 현재값이 아니라 설정값이다. 이러한 내부 불균일 온도 분포로 인해 온도 현재값을 표기할 경우 아마도 설정값과의 온도 차이로 인해 고객 클레임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 현재 대표적인 인기 와인 셀러 제품에는 설정값 온도만 표시되고 있다.

그리하여 와인 셀러를 실제로 열어보지 않고, 투명 유리창 넘어로 보이는 온도 설정값만 보고 셀러가 정상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필자의 경우도 약 일주일 이상 와인 셀러 문을 열지 않고 표시 온도만 확인하고 있다가, 와인 셀러 내부에서 와인을 꺼내면서, 와인 셀러 냉각부가 고장나 와인의 온도가 외기와 같아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경험이 있다. 위에 소개한 미니 와인셀러에서 고장으로 인해 오히려 내부 온도가 상승하여 와인이 끓어 넘친 사례도, 셀러에 표기된 온도가 현재값이 아니라 설정값이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에 1만원대로 쉽게 구매가 가능한 미니 온습도계(중국 ㅅ사 제품)를 셀러 내부에 두고 실제 온도값을 측정하여 확인하고 있다.



음식의 안전한 보관을 가능하게한 냉각 기술은 인류를 구한 위대한 기술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이제 현대에는 와인의 적절한 시음과 보관에 도움을 주고 있어 인류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하는 기술로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