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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와인의 저장과 에너지 저장

      조준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2020-08-04 오후 1:53:52


     






    와인은 매해 수확하는 포도로 만드는 식품이며, 필연적으로 ‘저장’의 단계를 거치고 시장에 출시되며, 시장에 출시되고서도 와인 수입사, 와인 샵뿐 만 아니라 와인을 구매한 최종 소비자 단계에서도 와인 셀러에 와인을 ‘저장’하고 있다.

    와인의 저장이 필요한 이유와 이와 유사한 속성을 지니는 에너지 저장 기술에 대한 이슈를 연관 지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매해 가을에 포도가 익으면 포도를 수확하는 일꾼들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최적의 수확기에 빠르게 포도를 수확해야 최상의 포도 상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확한 포도는 발효조에서 효모의 발효 반응에 의해 와인으로 변화하고, 오크통에서 일정 기간 숙성 뒤 병에 담아 또다시 일정 기간 뒤 숙성 후 시장에 출시된다.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저장하는 곳을 꺄브(Cave)라고 하며, 이는 동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항상 적정한 온도(12~13℃)와 습도(50% 이상)가 유지되는 지하 동굴이 와인 저장에 최적의 장소이다.

    와인의 양조 과정, 즉 발효 및 오크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와인의 맛이 완성되며, 그 풍미를 풍성하게 할 적절한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김치처럼),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쎄에 해당하는 고급 와인의 경우 와인 전문가들은 최소 10년 뒤에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얼마 동안의 시간 동안 와인을 개인 냉장고에 저장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왜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품’을 우리는 지금 사고 있는 것일까?





    이는 와인마다 각자가 가진 최고의 풍미를 나타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데일리로 가볍게 마시는 와인들은 긴 숙성이 필요 없으며, 오히려 길게 숙성할 경우 와인이 산화되어 맛을 잃어버리게 된다. 고가의 와인들은 대부분 장기 숙성형들이며, 복합적인 풍미가 모두 표현되기 위해서는 최소 몇 년 이상의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어떠한 생산지역, 생산자들은 본인들의 와인이 충분한 풍미를 발현할 때까지 와이너리에서 숙성을 진행한 뒤 시장에 내놓기도 하나, 대부분의 와인들은 최소한의 숙성 규정을 지키거나 혹은 최소한의 품질이 확보된 후 시장에 출시하여 수익을 내고, 현금 흐름을 만들어 다음 포도 재배에 무리가 없도록 운영하고 있다.

    Figure 2에 숙성 시간에 따른 와인 캐릭터의 변화를 그려보았다. 와인은 보통 과일 계열의 1차 아로마와 숙성에 따른 오크 향 등의 2차 부케로 나누어 그 향에 대해 평가하는데, 1차 아로마와 2차 부케는 시간에 따른 캐릭터 변화에 시간차가 존재한다. 와인을 갓 양조했을때는 과일 향들이 지배적이며, 숙성이 진행될수록 과일 향과 함께 나무, 땅, 향신료, 꽃향기 등등 다양한 향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 2가지의 요소가 모두 잘 나타날 때 우리는 와인이 시음 적기 (Peak)에 있다고 하며, 그 전을 어리다(Young), 그 후를 숙성되었다 (Aged), 그리고 시간이 너무 흘러 과일 향이 나타나지 않을 때 와인을 죽었다(Dead)고 표현한다.

    시음 적기가 오는 타이밍은 포도의 품종, 생산 지역, 생산자, 양조법 등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경향성은 있으나 정확한 법칙이나 공식은 없다.

    와인의 장기 숙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탄닌(Tannin)의 양, 포도의 응축도 등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벌크(bulk) 하게 재배한 포도로 만든 저렴한 와인들은 시음 적기가 매우 빨리 오며, 그 와인의 캐릭터 자체가 풍부하지 않다. 이러한 와인은 생산하자마자 바로 시장에 풀리며, 대부분 바로바로 마셔야 하는 와인들이 대부분이다. 고급 와인들은 포도의 재배에서부터 많은 노력이 들어가며, 좋은 땅, 기후(떼루아)에서 많은 관리를 받으며 잘 자란 포도나무에서 소수의 포도송이만을 남겨, 성분이 농축된 포도를 사용한다. 양조 및 숙성 과정에서도 많은 노력이 들어가며, 이에 고가 와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와인은 풍미가 모두 발현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게 되며, 이에 시음 적기가 몇 년 이후, 몇십 년 이후에 나타나게 된다.

    장기 숙성에 적합하기 위해서는 탄닌, 산도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야 하며, 카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대표적인 품종은 탄닌의 함량이 높아 보통 오래 숙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역시 저가형으로 벌크 하게 만든 몇천 원짜리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또한 빈티지(Vintage, 포도 수확 연도)의 영향도 존재하는데, 동일한 와인이라도 빈티지가 다르면 와인의 탄닌, 산도, 당도, 알코올 등의 캐릭터가 달라지게 때문이다. 기후의 변화가 매해 불규칙한 프랑스, 이태리 등의 구대륙 와인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 나타나며, 매해 기후가 규칙적인 미국, 칠레, 호주 등에서는 빈티지의 영향이 적은 편이다.

    와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늘게 되면, 와인의 종류/생산지/생산자/빈티지 정보에 따라 와인의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고, 이에 시음 적기를 대략 예상할 수 있으나, 와린이 시절에는 그 모든 것을 고려할 수가 없다. 가장 알아보기 쉬운 인자는 바로 와인의 가격으로, 대략 마트 할인 가격 기준으로 1만 원 와인은 1년 안에, 5만 원 와인은 5년 안에, 10만 원 와인은 10년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고 감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물론 2-3만 원대 와인도 10년 숙성을 버티는 와인도 있으며, 10만 원 와인도 1년 안에 마셔도 되나, 대략적인 경향이 이렇다고만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탈리아 와인 중 BDM, Brunello di Montalcino 라는 최고급 와인의 경우, 와인 생산 규정 상 최소 5년의 숙성을 거치고 시장에 출시하게 되어 있다. BDM이라는 와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 5년간 긴 숙성을 진행한 뒤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이태리 와인의 약속인 것이다. 샴페인의 경우, 가장 엔트리급인 NV(Non-vintage) 샴페인은 최소 15개월 이상 숙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다수의 탑 샴페인 하우스에서는 NV 샴페인도 고품질 확보를 위해 3년은 숙성시킨 뒤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와인들을 개인 셀러에서 더 숙성한 뒤 (셀러링이라고 표현) 마셨을 때 더 큰 감동이 오는 것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진리이다.

    이에 와인 애호가들은 시음 적기에 와인을 즐기기 위해 개인 셀러를 구비해두고, 구매한 와인을 저장하고 있으며, 본인의 자녀가 태어난 해의 와인(탄생빈)을 사서,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성년을 축하하며 함께 마실 와인을 셀러링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당연히 20년이 지났을 때 마실 와인이라면, 할인가 기준 20만원 이상의 와인을 구매해야 한다.




    대부분의 와인은 어린 상태에서 출시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비자는 어린 와인을 마시고 있으며, 시음 적기의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 혹은, 시음 적기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레스토랑에서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일부 와인 수입사, 와인샵에서 와인을 오래 보관한 뒤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현금 유동성 문제로 인해, 오래 보관하지 못하고 바로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와인의 가진 캐릭터의 시간 흐름과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으로서의 와인의 시간 흐름의 차이, 즉, 시음 적기에 마시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와 매해 와인을 팔아야 하는 와이너리의 공급 불일치로 인해, 와인의 저장이라는 개념이 나오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국내 와인 판매 트렌드와도 연관이 있다. 아직 와인은 사치품의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에 평소에는 와인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 또한 국내에서 와인은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어 있어, 와인 가격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판매자에게 유리한 가격 구조로 되어있어 와인 샵 매니저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백화점 와인 샵이 심하다)

    대형마트, 백화점 와인샵, 대형 와인 샵 들은 1년에 몇 번 정도 대규모 와인 할인행사를 진행하는데, 이때는 평소 판매가격보다 와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비 할인 기간과 동일한 와인이다) 와인 애호가들은 이때를 노리는데,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와인 셀러에서 와인을 보관하고,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 마시기 적절한 와인을 꺼내어 마신다.

    와인이라는 상품 자체의 본질이 바로 사서 마시는 On demand가 아니기 때문에, 공급이 많아 가격이 저렴할 때 사서, 필요할 때 꺼내 마시는 개념이 형성된다. (물론 마트에서 장 보면서 함께 마실 와인을 바로 사서 마시는 경우는 논외로 한다. 대부분의 와인 애호가들이라면 와인 셀러를 구비하고, 가격이 저렴한 와인 할인 행사에 와인을 사서 보관하고 시음 적기에 마시고자 한다.)




    와인의 수요와 공급에 따른 저장 특성과 유사하게 에너지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찾아볼 수 있는데, 최근 신재생에너지 전력원들의 증가에 따라 에너지 저장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태양광,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원은 친환경적인 미래 에너지임에는 이견이 없으나, 태양이 떠 있을 때, 바람이 적절히 불 때만 전력이 생산된다는 간헐적 특성을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수요자는 태양이 없을 때도, 바람이 불지 않을 때도 조명을 켜고, 냉장고를 가동하고, 전기자동차를 충전해야 한다. 또한 전력 수요에 비해 많은 양의 전력이 생길 때 이를 받아줄 수 있는 전력망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이미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생산된 전력이 필요한 전력보다 많아 전기를 버리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간헐적 재생에너지의 특징으로 인해 에너지 저장 장치 (ESS, Energy Storage System) 기술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기술이 된다. 가장 보편적인 ESS 장치는 전기화학적 배터리이다.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보조배터리가 ESS의 일종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전력이 전체 전력량의 2~30%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기존의 배터리 ESS 장치로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생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30~35%가 목표, 2019.06)

    전기화학적 배터리는 반응이 빠르며, 효율이 높으나, 비용이 많이 들어 대용량화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다양한 연구자들은 기계적힘 이용, 열이용, 열화학 이용, 다른 방식의 전기 화학 이용 등의 새로운 대용량 ESS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대규모 전력을 열로 저장한 뒤, 발전 사이클을 활용하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 기술인 카르노 배터리(Carnot Battery)에 대하여 연구 중이다. 이 외에도 플로우 배터리,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공기 액화 에너지 저장, Power-to-Gas (P2G) 등이 대안 기술로 연구되고 있는데, 와인의 저장과 유사한 그림을 가지는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지하 동굴에 와인을 저장하듯이 남는 재생에너지 전력 혹은 저렴한 가격의 전력을 이용하여 공기를 압축하여 땅속에 저장한 뒤, 전력이 필요할 때 혹은 전력이 비쌀 때 압축된 공기를 팽창 시켜 터빈을 구동하여 전기를 얻는 방식의 에너지 저장 기술이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기술(CAES, Compressed Air Energy Storage)이며 Figure 4에 기본 개념이 나타나 있다.


    CAES기술은 대용량화가 가능하며, 저비용으로 전력을 저장할 수 있어 유용한 대용량 에너지 저장 기술이나, 땅속에 대형의 빈 공간이 존재해야 이용 가능하므로 지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땅속에 에너지를 압축공기 형태로 저장할 수 있는 개념과 유사하게, 화석 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CO2를 포집하여 이를 저장 하는 기술인 CCS(Carbon Capture & Storage) 기술 분야에서도 땅속 빈 공간에 CO2를 저장하고 EOR(Enhanced oil recovery) 공정에 CO2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도 존재한다.




    광명 와인 동굴을 비롯하여 무주 와인 동굴 등 폐광이나 터널을 활용하여 와인 동굴로 리모델링한 관광상품들이 현재 운영되고 있다. 물론 이곳들은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보관할 용도 보다는 국산 와인의 홍보 및 관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소재라 많은 분이 다녀가신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동쪽으로 기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샹파뉴(Champagne) 지역은 과거 바다였던 지형으로 석회석으로 토양이 구성되어 있다. 이에 과거부터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회 동굴뿐만 아니라, 석회석을 채굴하고 남은 깊고 큰 동굴이 만들어져 있었다고 한다.

    석회석 토양은 포도에 산미를 올려주는 역할을 하며, 이에 고품질의 피노누아(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가 생산되며, 이러한 토양 특성이 세계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인 ‘샴페인’이 탄생 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연중 적정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샹파뉴 지역의 지하 석회 동굴을 와인 숙성에 자연스레 이용함으로써, 긴 숙성 기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고, 이에 샴페인이 그 어떤 스파클링 와인보다 깊고 풍부한 풍미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샹파뉴 지역의 중심도시인 랭스 Reims에 위치한 최초의 샴페인 하우스인 Ruinart(뤼나르) 에서는 지하 35m 석회동굴에서 숙성 중인 샴페인을 직접 내려가서 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투어에는 가장 신선한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시음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코로나19의 펜데믹 사태가 마무리되고 다시 프랑스를 가게 된다면,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Ruinart(뤼나르)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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