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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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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발전 소자(Triboelectric nanogenerators): 정전기를 전기 에너지로
이영훈(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지난 21세기 화석연료는 산업혁명을 이끌었지만 자원의 고갈과 지구온난화와 같은 중대한 문제들을 야기시켰다. 또한, 발전소는 설립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며, 이는 개발도상국에 특히 문제가 된다. 따라서,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새로운 전력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전 세계적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태양광, 지열, 풍력, 수력 등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집하여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기술을 학계에서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라고 칭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라고 일컫는다.

최근, 사물에 센서를 장착하여 사물 간에 혹은 사물과 사람 간에 유용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다 (Fig.1). 정보를 몸과 가까이서 보다 편하게 얻기 위해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추가적인 기능을 부여함에 따라 발생하는 전력 공급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구동을 위해 건전지를 사용할 수 있으나 베터리 용량 한계로 인해 주기적인 교체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고 무거워지는 등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작고 지속가능한 전력공급원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부족한 베터리 용량을 보완해주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걸음이나 눈 깜박임, 심장박동과 같은 일상 생활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집할 수 있으면 어떨까? 최근, 정전기 발생 원리를 기반으로 일상의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기계적인 마찰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여 베터리를 대체하거나 보조 전력원으로 활용하는 연구가 제시되고 있다.



2012년 조지아텍(Georgia Tech.)의 Zhong Lin Wang 교수 연구팀에서 처음 본 연구 즉, 정전발전(Triboelectric nanogenerator)에 대한 연구를 보고한 이후,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들이 본 기술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건조한 겨울철 악수를 하거나 문고리를 잡을 때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정전기에 깜짝 놀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는 정전기를 부정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정전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어왔다.

사람이 깜짝깜짝 놀랄 만큼의 큰 정전기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정전발전 연구는 이런 정전기를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이다 (Fig.2). 안정적으로 정전기를 만들어 단순한 마찰만으로도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나아가서는 배터리를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전발전 소자는 기본적으로 절연체와 전도체의 두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Fig. 3). 이 간단한 구조는 정전발전 소자가 웨어러블 소자로 적용되기 위한 강력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정전발전 소자를 몸에 부착하였을 때 이물감을 덜어주기 위해 소재들을 투명, 신축 소재를 활용하려는 시도들도 이어지며 정전발전 소자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

정전발전 소자는 ‘대전’(Contact electrification)과 ‘정전기 유도’(Electrostatic induction)을 기반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대전’이란, 두 물체가 접촉할 때 각 물체의 일함수(Work function; 전자 하나를 잃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차이에 의해 각 물체가 전자를 잃거나 얻는 현상이다. 정전발전 소자가 대전에 의해 전자(혹은 정공)를 얻은 후 (Fig. 3b), 물체가 다시 정전발전 소자와 떨어지면 발전 소자 위에 대전에 의해 쌓인 전자는 남아 있게 된다. 절연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달아나지 못하고 남아있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정전기이다. 이때 쌓인 전자가 아래층의 전도체 내 전자를 전기적으로 밀어내며 전류를 순간적으로 발생시킨다 (Fig. 3c).

다시 물체가 소자와 닿게 되면 절연체 위에 쌓여있는 전자가 다시 물체의 정공과 전기적으로 안정을 이루며 (즉, 전자를 밀어내던 힘이 사라져) 전도체 내 밀려났던 전자들이 다시 돌아오게 된다. 이 때 이탈할 때와 반대방향의 전류가 발생하게 된다 (Fig. 3d). 이렇게 대전 후 접촉 및 이탈 과정에서 전자가 밀려나고 다시 유도되는 것을 ‘정전기 유도’라고 한다. 이렇게 정전발전은 대전과 정전기 유도 현상을 기반으로 마찰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정전기의 전압은 순간적으로 우리가 따끔따끔 놀랄 만큼 높은 수만 볼트에 달한다. 한편, 생산 전류량은 낮아 인체에 치명적이지는 않다. 정전기의 특성과 같이 정전발전 소자를 통해 생산해낸 전력 역시도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을 발생시킨다.

Fig.4는 손가락으로 정전발전 소자를 터치하고 뗐을 때 발생하는 전압과 전류를 측정한 결과이다 [2]. 가벼운 터치를 통해 순간적으로 약 60 Vpp와 2.5 μA를 생산한다 (Fig. 4a, Fig. 3d).

다시 접촉해있던 손가락을 떼어내면 약 -40 Vpp와 -0.5 μA를 생산한다 (Fig. 4b, Fig. 3c). 접촉과 분리에 따라 발생하는 전압/전류의 방향이 반대임을 알 수 있다. 발생하는 전력의 크기를 향상시키기 위해 정전발전 소자의 표면에 물리/화학적인 처리를 하기도 하고 기구학적 메커니즘을 도입하여 동일 조건에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내는 연구들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접촉과 분리에 따라 발생되는 높은 생산전압을 활용하여 자가발전 터치 센서로서의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정전발전 소자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기계적인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정전발전 소자를 신발의 깔창으로 활용하여 사람이 걸을 때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시도도 있었으며, 소자를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 깃발로서 풍력을 활용하기도 한다. 나아가서는 소자를 심장이나 목 주변에 부착하여 심장 박동이나 목소리 같은 미세한 기계적인 에너지를 활용하는데에도 성공하였다.

마찰은 Fig. 3과 같이 상하 마찰 뿐만 아니라 쓸림 마찰 역시도 가능하여 보다 폭 넓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바퀴와 같은 높은 운동 에너지를 활용하는 연구들도 제시되어왔다. 그런데 회전에 의한 쓸림 마찰의 경우 마찰 소재의 마모로 인해 내구성 문제가 야기되어왔으며 정교한 가공을 위해 높은 비용이 발생하는 제약이 뒤따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구학적 작동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여 캠(Cam)구조의 고내구성을 가지면서도 정밀한 가공이 필요 없는 정전발전 디바이스가 제시되었다 (Fig.5a) [3].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전환하여 지속가능하고 내구성있는 정전발전 시스템이다. 기존 정전발전 분야에서의 회전운동을 쓸림 마찰로 활용하여 내구성에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것을 착안하여, 회전운동으로부터의 쓸림 마찰을 상하 접촉 형태로 변환함으로써 디바이스의 내구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으며 약 210,000 번의 테스트 후에도 안정적인 발전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정전 발전 소자에 흔히 들어가는 스페이서 스프링 외에 추가적으로 정전 발전 소자 뒤에 범퍼 스프링을 도입함으로써 정밀한 가공 없이도 원활한 회전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Fig.5b).

소자 사이의 스프링과 범퍼사이의 스프링힘 비율을 조절함으로써 소자 간의 실질적인 접촉 속도를 조절하여 2배에 가까운 발전량 향상에 기여하였다. 발전 소재 뒤에 소프트한 기판을 깔아줌으로써 3배에 가까운 발전량 향상을 가져왔고 소프트한 재료 적용의 중요성에 대해 제시할 수 있었다. 발생 전압은 최적의 조건에서 접촉 시 약 350 V에 다달았다. 제작된 디바이스를 자전거 바퀴에 부착하여 실생활 접목 가능성에 대해 제시하였고 바퀴의 회전에 따라 180개의 상용 전구를 순간적으로 발광시키는데에 성공하였다 (Fig.5c).

본 연구는 일상에서 버려지는 회전운동을 전기에너지로 수확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정전발전 분야의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이외에도, 더 높은 주파수의 접촉을 받는 것이 더 많은 양의 전력 생산에 직결되는데, 한정적인 발생 주파수를 활용하여 높은 주파수로 바꾸어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연구도 있었다 [4].

Fig. 6에서 볼 수 있듯, 시스템에 다양한 크기의 기어(Gear)를 적용하여 기어 간의 톱니 수 비율에 따라 회전수를 끌어올려 주어진 한정적 회전 에너지로 최대의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톱니 수 비율 만큼 더 많은 접촉을 유도하는 것이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운동의 주파수가 수 Hz에서 수십 Hz의 그리 높지 않은 주파수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자연의 한정적 에너지를 최대로 활용하기 위한 의미있는 접근이다.






발전량 향상을 위한 기구학적 접근 외에도 소재 개발을 기반으로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어왔다. 정전발전의 원리가 대전과 정전기 유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두 특성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발전량 향상에 직결될 수 있다. 먼저 정전발전의 첫 보고 이후 대전력 향상울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발전량이 접촉면적에 비례하는데 제한적인 공간에서 접촉면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전발전 소자의 표면에 나노/마이크로 구조물을 패터닝하여 실질적으로 접촉하는 면적을 향상시키는 연구가 2012년~2015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계속적인 마찰을 통해 표면 구조물이 쉽게 무너지는 내구성 문제가 한계로 지적되었다.

또한 투명한 소재에 표면 구조물을 적용할 경우 표면에서 난반사로 인한 소재의 투명도 저하로 이어졌다. 따라서 물리적인 표면 구조물을 이용한 접촉면적을 늘리는 것을 넘어, 소자 표면을 화학적으로 개질함으로써 접촉 물체간 상대적인 일함수 차이를 크게 하여 대전이 더 잘 일어나게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Fig.7) [5].

화학적인 처리의 경우 내구성 뿐만 광학적 성질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접근법으로 꼽혀왔다.






정전기 유도 현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절연체의 두께를 줄임으로써 절연체에 쌓인 전자들로부터 발생하는 전기장이 아래 전도체에 더 잘 전달되게 하려는 시도들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왔다. 더 나아가서는 절연체의 유전율을 높여 전기장을 더 잘 전달하려는 인상적인 시도도 있었다 (Fig. 8) [6].

폴리우레탄에 이온 전도성을 부여하여 이온 전도성 폴리우레탄을 제작하였으며, 이를 정전발전 소자의 대전체 파트(Fig.3의 절연체 파트)에 적용하였다. 이온이 폴리우레탄 내에서 전기이중층(Electrical double layer)을 형성하여 전기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표면에 쌓인 전하로부터 정전기 유도 현상을 극대화 시켰으며 발전량 향상에 기여하였다.



지금까지 정전발전 연구의 탄생과 기본적인 구조 및 작동 원리, 발전량 향상을 위한 노력에 대해 살펴보았다. 정전발전은 짧은 연구역사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연구가 이어지며 장족의 발전을 이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정전발전 소자의 다양한 장점들인 1) 높은 순간 전압, 2) 제작의 용이성, 3) 낮은 제작 비용 등을 고려해보면 향후 충분히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부족한 베터리 용량을 보완해주기 위한 해결책으로 꼽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전발전 소자가 미래에 웨어러블 소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인체의 움직임에 이물감을 주지 않도록 부드러운 소재로 제작되어야할 것이고 나아가서는 심미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소재의 투명도 역시도 요구될 것이다.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이미 정전발전분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노력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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