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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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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을 모사한 거미줄 로봇
이영훈(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자연은 수천년에 걸쳐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을 위한 구조적, 재료적, 기능적 최적화 통해 진화를 거듭해왔다. 사막에 서식하는 딱정벌레류인 거저리(Darkling beetles)의 경우 수분 확보를 위해 재료적, 기능적으로 진화해왔다.



나노구조물을 활용해 수분을 모으고, 물구나무서기를 하여 모아진 물방울이 입주변으로 굴러떨어져 수분을 섭취한다. 연꽃잎의 표면의 나노 구조물을 활용한 발수 효과를 기반한 것이다 (Fig. 1. a) [1].



소금쟁이 역시도 다리에 자라 있는 미세한 털을 이용하여 다리 주변부에 공기 주머니를 형성하고 그 결과로 물 위를 떠다닐 수 있다. 거미의 경우, 거미줄을 이용하여 효과적인 먹이사냥을 한다 (Fig. 1. c) [1]. 이런 기능들은 각자 처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수천년간 최적화 과정을 통해 진화해온 결과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부분의 공학적 난재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인간이 노력하고 있는 공학적인 최적화 과정을 자연은 이미 수천년간 진화를 통해 겪어왔으며 자연의 생존 전략 자체가 인간에게 경이로운 공학적 연구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간 인간은 자연을 모티브 삼아 자연 모사를 통해 꿈만 같은 상상들을 현실로 이루어 왔다. 물 위에서 걷고 점프하기 위한 접근도 소금쟁이를 통해 얻어왔으며[2], 물방울이 표면에 퍼지지 않고 굴러떨어지게 하여 공기중의 수분을 통해 물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외에도 새 부리를 모사한 초고속 열차, 제비집을 모사한 고강도 건축물, 로비 날개의 구조물을 모사한 색 표현, 도마뱀을 모사한 접착 등 넓은 연구분야에 걸쳐 이를 자연 현상을 기반으로 획기적인 공학적 발전이 있었다.



최근에는 로봇을 자연의 생물체와 같이 부드러운 소재로 활용하여 로봇의 응용 범위를 더욱 확장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빅 히어로6 (Big Hero 6)’의 주인공 배이맥스 (Baymax) (Fig. 2)와 같이 부드러운 소재의 소프트한 소재를 활용하여 로봇에 활용하기 위한 접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 연구 분야를 소프트 로보틱스 (Soft robotics)라고 명명한다. 소프트 로봇은 높은 유연성과 간단한 구조를 바탕으로 기존 딱딱한 구조의 로봇을 활용하기 난해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약 2010년 경부터 소프트 로봇의 센서, 구동기, 파워소스 등 구성요소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기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각각의 구성요소들을 하나의 로봇으로 소프트 로봇의 강점을 유지하며 통합하기 위한 연구는 아직 미비하다.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로봇이 커지고 무거워지고 복잡해지는 등 소프트 로봇의 본연의 특징을 잃어오고 있다.
소프트 로봇이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재에서는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거미의 먹이 감지 및 포획, 그리고 오염물 제거 능력을 전기적 방식으로 모사하는 거미줄 로봇을 소개하고자 한다 [3].



거미는 점성의 띄는 거미줄을 이용하여 먹이사냥을 한다. 거미줄 표면에 발려 있는 마치 풀과 같은 끈적한 액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거미줄의 강한 접착력으로 인해 오염이 유발될 수 있다. 그에 따라 거미는 거미줄의 포획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점성 뿐만 아니라, 먹이를 감지하고 오염물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마저 진화시켜 왔다 (Fig. 3).



거미는 최소한의 거미줄을 이용해 먹이를 잠깐 포획할 수 있는 그물을 만든 뒤 기다린다. 이후 먹이가 거미줄에 걸리면서 발생한 거미줄의 진동을 감지한 거미는 탈출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거미줄을 먹이에 감는다. 즉 거미의 먹이감지 능력은 거미가 최소한의 거미줄 만으로 그물을 칠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통해 오염되는 거미줄의 양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거미는 새총을 쏘듯 거미줄을 잡아당겼다 놓는 방식으로 거미줄에 붙어있는 오염물들을 날려버린다. 관성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염된 거미줄의 포획 능력을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 이렇게 거미줄은 그 자체 만으로 먹이 사냥을 위해 접착, 센싱, 엑츄에이팅의 세 가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3].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거미의 먹이 감지 및 포획, 그리고 오염물 제거 능력을 전기적인 방식으로 모사하는 거미줄 로봇이 제시되었다 (Fig. 4. a) [3]. 개발된 로봇은 신축성 전극 역할을 하는 선형의 이온 전도성 오가노젤 코어와 이를 감싸고 있는 신축성 절연체 역할의 실리콘 탄성체로 구성되어 있다 (Fig. 4. b,c).



거미줄 로봇의 모든 구성요소는 신축성 소재로 구성되어 원래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또한 거미줄 로봇은 투명, 혹은 반투명한 소재로만 제작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위장할 수 있다 (Fig. 5. a-c).



개발된 거미줄 로봇에 직류 고전압(2 kV ~ 9 kV)을 인가해주면, 로봇 주위에는 강력한 전기장이 형성되며 주변 물체의 분극을 유도하게 된다 (Fig. 6) 이렇게 분극된 물체와 로봇 사이에는 강한 정전기적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거미줄 로봇은 금속, 폴리머, 세라믹 등 다양한 종류의 물체를 전기적으로 포획할 수 있다.



또한 개발된 거미줄 로봇은 모든 구성 요소가 신축성 있는 소재로 구성되어 원래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이러한 신축성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68배 더 무거운 물체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였다 [3].



거미줄 로봇은 정전기유도 현상으로 물체 표면의 정전하로부터 나오는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 (Fig. 7). 이러한 능력은 거미줄 로봇이 물체와의 상대적인 거리를 비접촉 방식으로 감지할 수 있게 해주며, 물체가 충분히 접근했을 때만 전기 포획 기능을 작동하여 불필요한 오염물이 포획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감지 능력을 바탕으로 거미줄 로봇은 감지 능력이 없는 경우와 비교해 포획력을 32.5배 높게 유지하는 데 성공하였다 [3].



거미는 거미줄의 강한 접착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접착력 및 위장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거미줄에 맺힌 오염물 및 물방울을 제거하기 위해 마치 새총을 쏘듯 거미줄을 당긴 후 놓아 탄성력으로 오염물을 튕겨나가게 한다 (Fig. 8a).



이를 모사하여, 거미줄 로봇이 오염되는 경우에는 거미줄 로봇에 교류 고전압을 인가하여 오염물을 제거할 수 있다 (Fig. 8b). 인가된 교류 전압의 진동수가 로봇의 공명 진동수와 일치하게 되면 로봇은 초당 수백 번까지 빠르게 진동하며 표면의 오염물을 관성력을 이용해 튕겨낼 수 있으며, 이러한 오염물 제거 능력을 통해 오염물에 의해 감소한 포획력을 98.7% 이상 회복하는 데 성공하였다 [3].



위 세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모사하기 위해 거미줄 형태로 직조되었다 (Fig. 9). 초기 상태에서는 거미줄 로봇이 폴리우레탄 입자와 같은 먼지로 오염되어 있다 (Fig. 9, i). 그 결과 가벼운 나뭇잎 역시도 접착이 불가능하였다. 덮고 있는 먼지를 제거하여 접착력을 회복하기 위해 ‘6. 거미줄 로봇의 작동 원리’ 파트에서 설명한 엑츄에이션 및 오염물 세척 과정을 진행하였다.



인가된 전압의 주파수는 30 - 60 Hz에서 200 초 동안 스위프을 통해 덮고 있는 먼지는 눈에 띄게 청소되었다 (Fig. 9, ii). 세척 후 거미줄 로봇은 전압이 인가되지 않은 감지 모드로 전환되다.
접근하는 물체에 의해 유도 전압이 1 V의 임계 전압을 초과하는 경우 거미줄 로봇은 빠르게 캡처 모드로 전환되었다 (Fig. 9, iii). 나뭇잎(0.4g), 고분자(3.1g), 세라믹(8.5g), 금속(11g) 등 다양한 유형의 재료가 거미줄 로봇의 정전기 접착력에 의해 단단히 포착되었다 (Fig. 9, iv). 임무를 수행한 후 거미줄 로봇에 30Hz의 AC 전압을 적용하여 물체를 제거하기까지 하였다. (Fig. 9, v) [3].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거미줄 로봇은 유전 탄성체로 코팅된 신축성의 유연 전극 한 쌍만으로도 물체의 포획과 감지, 그리고 오염물 제거가 가능하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들은 최근 소프트 로봇 분야에서 차세대 인공 근육과 전자 피부로 주목받고 있는 유전 탄성체 액추에이터와 축전 촉각 센서, 그리고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비정형화된 물체를 잡을 수 있는 소프트 그리퍼 등에 주요한 설계 변경 없이도 추가적인 기능성을 부여해 활용 범위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본 연구는 자연 모사를 통해 다양한 상호보완적인 구성요소들을 간단한 구조로 결합시킨 소프트 로봇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소프트 로봇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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