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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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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 트랜스포머블 휠 프로젝트
이대영 교수(KAIST 항공우주공학과)
종이접기 트랜스포머 바퀴 프로젝트는 종이접기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습니다. 2011년 작은 종이 모형 바퀴로 시작한 이 연구는 약 10년의 시간 끝에, 1톤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고 지름의 크기를 450mm에서 800mm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바퀴 설계 기술로 성장했습니다 (Fig. 1, 2).



이는 아직까지 다른 형상 변형 바퀴 기술이 도달하지 못한 수준의 크기 변화와 내하중을 보여주는 성과로서, 일반적인 핀 조인트 구조가 아닌 종이접기라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이 연구는 기존 종이접기 메커니즘을 적용할 수 있는 응용 분야의 한계에 대한 통념을 깬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 조규진 교수 연구팀, 한국타이어, EMVcon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 로보틱스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로보틱스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Lee et al, Sci. Robot. vol.6, no.23, 2021, 관련 영상: High-load capacity origami transformable wheel, https://youtu.be/gcNKSPCdkU4)



바퀴는 일상 생활부터 산업 현장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의 발전에 있어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중요 발명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바퀴는 평탄하지 않은 곳에서 기동성이 크게 저하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 차량이나 모바일 로봇은 정비된 도로나 실내의 정해진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계를 우리 생활 더 가까이, 또 우주와 같은 인간의 문명이 닿지 않은 아주 먼 곳으로 보내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들의 공통점은 잘 포장된 도로처럼 바퀴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형상이 변하는 바퀴 연구는 바퀴의 기동성과 단순성이 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이와 동시에 사용 가능한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 보여준 바퀴는 포장도로에서는 작은 바퀴 형태로 변하여 안정적이고 민첩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비포장 험로에서는 돌기가 있는 큰 지름의 바퀴 형태로 변하여 높은 기동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Fig. 3).



높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형상 변형 바퀴는 지금까지 바퀴가 필요했지만 제대로 쓰일 수 없었던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홈 서비스 로봇에 쓰인다면, 평소에는 작은 바퀴로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문턱을 넘거나, 장애물에 걸렸을 때 스스로 탈출하는 용도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달용 로봇에도 비슷하게,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거나 길에 굴곡이 심할 때 잠깐 바퀴의 형태를 변화시켜 이를 극복하는 용도로 사용될 것입니다. 달이나 화성용 탐사 차량도 흥미로운 응용 분야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지형도 땅의 상태도 예측 불가능한 우주 환경에서,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바퀴는 탐사 차량의 기동성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높은 하중을 견디기 위하여 종이 대신 다른 재료를 사용하였지만, 재료의 변형을 통하여 형상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종이접기의 기본적인 원리는 동일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단단한 판 조각들을 질긴 천에 부착하여 종이접기와 유사한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즉 이 천이 기계 조인트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는, 종이접기 구조 중 접히지 않는 면 부분 (Facet)에는 항공기 소재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60 계열을 사용하여 얇고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고, 접히는 부분(Foldline)에는 타이어의 골격부를 이루는 카카스(Carcass, Textile cord)에 사용되는 나일론 및 PET 소재를 특수 처리하여 풀어지지 않도록 제조한 직물을 사용하여 큰 하중에도 전체 구조를 단단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Fig. 5).



강한 종이접기 구조를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큰 장벽은 재료의 두께입니다. 우리는 종이를 접을 때 종이의 두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큰 하중을 견디기 위해서는 두꺼운 재료를 써야 하고, 이는 더이상 우리가 접던 방식대로 종이접기를 할 수 없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종이접기 패턴을 수정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 규칙을 만드는 것은 이 연구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Fig. 6). 새롭게 개발된 설계 규칙을 바탕으로 제작된 종이접기 바퀴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함으로써 그 유용성을 입증하였습니다.



움직이는 기계를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은 부품들을 조립하여 부품 사이의 상대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가위, 문, 접이식 의자, 그리고 로봇까지, 모양이 변하는 기계들은 대부분 이런 방법을 사용하여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와 비교하여 종이접기는 어떤 형상으로 변하더라도 하나의 종이에서 시작해서 접는 행위를 통해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 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종이접기의 가장 큰 특징은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재료의 변형을 이용하여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종이접기 방식은 바퀴가 만족해야 할 여러 가지 조건들에 대해 장점을 제공합니다. 첫 번째는 제작의 용이성입니다. 바퀴는 원형 형상을 만들면서 모양이 변화하여야 하므로 아주 복잡한 기계 관절 구조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수없이 많은 부품이 필요하게 되고, 이를 모두 가공하여 조립하려면 아주 높은 제작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종이접기 방식의 가장 좋은 점은 모든 것이 2차원이라는 것입니다. 재료 가공이 쉬울 뿐만 아니라 조립도 단순합니다. 또한 접어서 모양을 만드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진동, 충격에 대한 내성입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바퀴처럼 원형 형상을 유지하면서 모양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복잡한 기계 구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방법으로 이런 복잡한 기계 구조를 만든다면, 이 구조는 외부 충격에 의하여 한 부분만 휘어도 전체 구조가 움직이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큽니다. 또한 지속적인 진동에 의해 부품이 분리되거나 파손될 위험도 있습니다. 이에 반해 천으로 만든 관절은 그 자체로 외부 충격과 진동에 대한 완충재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마찰이나 먼지 오염에 강하다는 것도 종이접기 방법이 가지는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부품 간의 상대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접히면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부품간 마찰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기름을 칠하거나 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 없습니다. 또한 바퀴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부품 틈 사이에 먼지 등의 오염물질이 끼어 구조가 망가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연구를 발표하면 흔히 듣는 질문은 우리의 일상에서 형상이 변하는 바퀴를 착용한 자동차를 실제로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를 드리자면, 우리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에 이러한 바퀴를 설치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여러 복잡한 지형을 통과해야 하는 차량, 예를 들면 모바일 로봇, 군용 차량, 재난 현장 정비 차량, 우주 탐사 차량과 같은 특수 목적 차량에게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바로 그런 곳에 쓰이기에는 아직은 완성도가 부족합니다. 이 연구는 종이접기 방법으로 실체 차량에 적용 가능한 가변형 바퀴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연구입니다.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내구성, 생산성 등을 늘리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는 재료적인 개선, 제조 공정 개선, 구조 해석 및 최적화 등의 과정을 거쳐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천은 나일론과 PET로 구성된 직물이지만 추후 방탄조끼 등에 쓰이는 케블라(Kevlar)나 다이니마(Dyneema)와 같은 고강도 소재를 사용한다면 지금보다도 더 높은 내구성을 가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또한 알루미늄 소재가 사용되고 있는 부분도 탄소섬유 등의 복합재로 대체한다면 더 큰 성능 향상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조 공정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현재 천과 알루미늄 판의 조립은 리벳 공정을 이용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리벳 공정을 쉽게 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거나, 다른 더 빠른 접합 방법을 개발한다면 제조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구조 해석 및 최적화도 성능 개선을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해석을 통하여 가장 힘을 크게 받는 부분을 확인하고 이를 보강하여 더욱 안정적인 성능을 가지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이접기는 앞으로도 점점 더 다양한 공학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 유망 분야 중 하나는 우주 시스템입니다. 과거 우주는 인간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더욱 현실적인 이유들로 다양한 나라들이 우주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우주 진출의 첫 번째 목표로 여겨지는 달은 몇 년 안에 우주 기술 패권 경쟁의 장이자 자원 확보를 위한 분쟁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달은 에너지의 미래라고 여겨지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 연료인 헬륨-3가 100만 톤 이상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기 위한 중간기지 역할로써 달의 가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이러한 미래자원 확보를 위해 2028년까지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아르테미스 계획 합류를 발표하며 우주 개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종이접기 기술은 이러한 우주 개발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우주에 배치하는 모든 시스템은 로켓의 작은 화물 공간 안에 탑재하여야 하며, 이는 곧 모든 우주시스템은 부피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따라서 접어서 부피를 압축할 수 있는 종이접기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달 탐사용 자동차, 각종 도구, 장비, 가구들뿐만 아니라 우주 기지 전체 또한 접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는 종이접기 설계 기술의 확보는 향후 달 자원 확보 경쟁에서 큰 우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종이접기 설계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NASA 등 해외 선도 우주 연구 기관에 비해,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아쉽게도 아직 종이접기 기술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앞으로 종이접기와 종이접기 공학에 대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종이접기 공학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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