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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며 나아가는 임상중심 혈류역학 및 유체역학 연구
서종민(Jongmin Seo)(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조교수) / jseo at khu.ac.kr
1. 본인의 연구에 대해서 대략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유체역학의 기초적인 이해를 토대로 전산디자인과 멀티피직스 시뮬레이션,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의료 및 기계공학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을 연구하는 Flow Physics & Computational Engineering Innovation Laboratory (유체물리 전산공학혁신 연구실)의 연구책임자인 서종민 교수입니다. 저는 스탠포드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스탠포드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까지 심혈관질환의 치료 발전을 위해 전산유체역학을 이용한 임상중심 연구와 다상유동/난류가 일어나는 기초물리현상 및 산업응용 공학문제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산유체역학은 유체의 역학적 현상을 지배하는 네비어-스토크스 방정식 및 질량 보존 방정식을 수치해석방법 및 슈퍼컴퓨팅을 이용해 풀어서 유동 및 압력장을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난류나 다상유동과 같은 복잡한 유체역학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에 주요하게 사용되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공학시스템의 성능과 효율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됩니다.

저희 연구실은 이러한 전산유체역학의 이론과 방법론을 활용하여 로봇, 3D 프린터, 심혈관 의료기기 등의 최신 기술을 개발하여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계공학, 수치해석, 과학 컴퓨팅, 생체역학, 임상의학, 그리고 전산디자인 분야를 가로지르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 소아심혈관질병의 치료를 개선하기 위한 임상중심 혈류역학 연구에서, 환자의 개별적인 심혈관 구조와 생리학적 특성을 어떻게 고려하여 최적의 치료 방법을 도출하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저희 연구실은 환자의 개별 심혈관 구조를 모델링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혈류역학을 전산유체역학 도구를 활용하여 시뮬레이션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먼저 기존 의료 영상이나 혈류역학 측정 도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치료 방법의 효과를 사전에 예측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기존의 영상 및 혈류역학 측정 도구들도 인체 내 혈류의 속도와 압력을 측정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국소적으로 정밀도와 정확성이 부족한 한계를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체내 삽입되는 의료기기들에 의한 간섭효과 등이 더해지면 자세한 혈류역학에 대한 정량평가가 어려워 지기도 합니다. 또한, MRI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에는 3차원 유동 정보를 정확히 얻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전산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은 해상도의 제한 없이 자세한 혈류역학적 평가를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CFD는 환자의 생리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혈류역학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치료 전에 환자에게 치료법을 비침습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혈관 모양의 변화에 따른 혈류역학의 변화를 실제로 환자에게 치료법을 적용하기 전에 평가를 가능하게 합니다.



저희 연구 중 기형 심장을 가진 소아 환자의 혈관 재구조화 수술에 따른 혈류역학 평가를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소아 기형심장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혈관과 심장의 구조적 문제를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대동맥과 대정맥이 정상적인 위치인 좌심실과 우심실에 연결되지 않고, 반대로 우심실과 좌심실에 연결되어 있는 환자들의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은 심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동맥들을 잘라서 원래 위치로 재연결하는 수술(arterial switch operation)을 거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심실 환자의 경우에는 좌심실이 발달하지 않아 심장이 우심실 하나로만 작동합니다. 이러한 환자들은 온몸에 피를 공급하는 대동맥이 좌심실에서 피를 제대로 받지 못하므로, 우심실과 대동맥을 연결하고 대정맥들을 폐동맥에 직접 연결하는 다단계 수술(Fontan)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술들은 환자의 고유한 혈관을 이용하여 재구성되기 때문에 환자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외부에서 도관을 삽입하는 경우에도 환자의 혈관 특성을 고려하여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환자맞춤형 접근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많은 환자들이 동일한 치료법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이러한 환자들의 재구조화된 혈관을 환자 개별에 맞게 모델링하고, 이를 토대로 혈류를 시뮬레이션하여 환자의 합병증 및 수술 결과를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에는 각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입력값으로 활용하여 생리학적 효과를 재현할 수 있도록 전산모델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구조화된 혈관에서는 비정상적인 혈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비정상 혈류역학을 정량화하여 질병 여부와 비교하는 임상중심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혈류역학 연구에 대해, 어떤 종류의 임상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하고 계십니까?

저희 연구실은 각 환자가 보유한 혈관의 다양한 형태를 반영하는 영상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개별적으로 맞춤형 혈관 모델을 재구성합니다. 저희 연구실과 협력하는 임상의료 연구자들로부터 컴퓨터 단층 촬영(Computed Tomography, CT),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엑스레이(X-ray) 등 다양한 영상 데이터를 수령하고 처리합니다.

또한 특정 혈관에서 측정된 혈류역학 관련 임상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러한 데이터에는 최대/최소 혈압과 같은 표준 값 뿐만 아니라, 카테터를 사용하여 측정된 특정 혈관의 국소적 압력과 압력 차이, 초음파를 통해 얻은 심장 관련 혈류 및 혈압 데이터(예: 심박출량, 박출계수, 최종 확장기 좌심실 부피 등)도 포함합니다. MRI로 측정된 특정 혈관 영역에서의 유량 곡선도 입력 값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임상 상태에 대한 결과도 함께 수집합니다. 이는 혈전, 심근경색, 석회화, 죽상경화, 폐색, 파열 등과 같은 주요 병변의 진단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임상 의사선생님들에 의해 판단된 후 병원 내 심의를 거쳐 전달되며, 저희 연구실에서 분석됩니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단순한 혈류역학의 및 질병기전에 대한 기초 연구 뿐 아니라 임상에서의 주요 결과와의 연계를 통한 치료계획 연구가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임상 연구자들과 협력이 필수적이며, 환자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관하기 위해 데이터 보안 및 기관 심의를 거치고 있습니다.




4. 환자별로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머신러닝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머신러닝은 최근 환자맞춤형 혈류역학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첫째로, 환자의 혈관을 3차원으로 맞춤형으로 모델링하는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혈관 모델링을 위해서 전문가가 혈관의 중심선을 찾고 이를 따라가며 혈관과 아닌 부분의 경계를 찾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는 많은 시간과 노력, 숙련도가 필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머신러닝을 통해 3차원으로 혈관의 경계를 찾는 과정을 자동화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저희 연구실에서는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기존에는 8시간 가량 걸리던 혈관 모델링 작업을 1시간 내로 단축시켰습니다.

둘째로, 정확한 혈류역학 시뮬레이션을 위해 필요한 전산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머신러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혈류가 혈관에 가하는 유체력(전단응력, shear stress)은 질병기전과 관련된 주요한 생체역학 인자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메쉬가 필요합니다. 이는 시뮬레이션의 비용과 시간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빠른 시간에 치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임상의 타임라인을 벗어나는 수준이며 CFD의 임상 도입을 가로막는 한계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머신러닝을 도입하여 적은 수의 메쉬를 사용하더라도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보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CFD를 이용해 정확한 데이터를 생성한 후 인공지능을 훈련시켜 낮은 해상도의 데이터에서도 복잡한 혈류 구조를 복원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처럼 환자맞춤형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에서 머신러닝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전체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물리기반 기계학습(physics-informed machine learning)과 같은 기법을 도입하여 발전시킬 계획 중입니다.



5. 임상중심 혈류역학 연구에서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정량화하고 분석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어떤 통계적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나요?

임상에서의 환자 데이터를 살펴보면 수많은 불확실성들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여러 환자의 데이터를 조합해서 얻어진 결과를 이용할 때 고려해야 하는 환자 간 차이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얻어진 데이터는 평균값 등을 이용하여 혈류역학 연구에 사용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환자 별 데이터의 변동성이 존재하며, 이러한 변동성은 종종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둘째는 한 환자 안에서도 존재하는 생리학적 반응에 의한 데이터의 변동성입니다. 예를 들어 한 환자에서 혈압을 측정한다고 해도 측정 시간과 시도마다 일정한 값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해석의 프레임워크는 결정론적 관점에 머무르고 있어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일 데이터 값에만 의존합니다.

저희 연구실은 불확실성 정량화 (Uncertainty quantification)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확률/통계학적 접근법으로, 시뮬레이션에 입력되는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하나의 값이 아닌 확률 변수로 가정한 후 이들의 확률 분포를 따르는 사건들을 샘플링하여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을 도입합니다. 이를 통해 임상 데이터의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을 고려한 다양한 입력 값의 시나리오를 고려할 수 있고, 시뮬레이션이 예측하는 결과값들의 신뢰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몬테카를로, 준-몬테카를로(quasi-Monte Carlo), 확률 정렬(Stochastic collocation), 그리고 Wavelet을 이용한 Multi-resolution stochastic expansion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확률 변수의 샘플링 및 최종 결과값의 분포를 계산합니다.



6. 수중로봇의 유영과 같은 산학과제를 진행하면서 기술적인 어려움이나 도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요?

수중로봇의 유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해당 과제의 효과적인 연구를 위해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내 동역학 및 로보틱스 전공 교수님들과 함께 팀이 구성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각 전문성을 가진 교수님들과 긴밀하게 교류하여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저희 팀은 수중로봇이 유영하여 받는 유체역학 현상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저희 연구 결과를 다른 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해석 툴 및 가상현실 구현 플랫폼(유니티, ROS, ANSYS 등) 간의 인터페이스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저희 연구실 학생들도 해당 툴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키우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7. 현재 운영 중인 경희대학교 Flow-X Laboratory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연구, 구성원, 단체사진 포함)

우리 연구실은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2024년 1학기 현재 연구책임자인 서종민 교수와 2명의 석사과정 학생, 그리고 4명의 석사진학 예정 학부생과 3명의 학부연구생/인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22년에 연구실을 개설한 이후 2년차를 맞이하며, 과학기술정통부, 산업자원통상부 등으로부터 지원받는 국가과제들 및 산학연구과제들과 함께 경희대학교 내 교비지원과제 등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의 한미영 교수님을 임상협력연구자로 초빙하여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스탠포드 대학, 캠브리지 대학, 노트르담 대학,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 아이오와 주립대학 등 세계 유수의 연구 중심 대학에 재직중인 연구그룹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경희대병원,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등 10개 병원과도 활발한 임상중심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 결과들은 국내 기계공학 학회들은 물론 대한심장학회와 일본순환기학회 등 의학 학회에서 선정되어 발표되었고 우수논문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연구실은 기계공학, 계산수학, 생체역학, 의학 및 컴퓨팅 분야의 전문성을 한데 엮어 임상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툴 개발에서부터 혈류역학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다양한 산업문제에서 유체역학의 해석이 필요한 영역에 전산방법을 적용하여 설계 프로세스의 최적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앞으로 저희 연구실에서 창의성/혁신 마인드셋과 엔지니어링 사이언스를 배우고, 의료분야의 다학제적 연구를 수행하고자 하는 열정 있는 학생연구자 및 포닥 연구자분들을 환영합니다.



8. 많은 분들과 같이 연구를 진행해 오셨는데, 그 동안 영향을 받은 연구자가 많으실 것 같습니다. 어떤 연구자 분들의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학문적인 롤모델은 서울대학교의 최해천 교수님이십니다. 기계공학과 학부 시절 유체역학과 난류를 전공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바로 교수님의 열정적인 연구와 교육에 대한 경험이었습니다. 최해천 교수님은 난류와 같은 물리/수학 난제에 도전하며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시고 세계적인 학술적 명성을 얻으신 분으로, 교수님과 같은 유체역학자가 되고 싶다고 희망하였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졸업논문에 해당하는 학부연구도 하고 대학원 수업도 들으며 준비를 하였고, 그 결과 최해천 교수님께서 직접수치해석으로 난류 항력감소 박사학위 연구를 하신 스탠포드 대학의 Center for Turbulence Research(CTR)에서 항력 감소 기술의 전산유체역학 분야 주제로 박사 연구를 하게 된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습니다.

저의 박사 지도교수님은 스탠포드 대학 CTR의 Ali Mani 교수님입니다. 제가 박사 연구자로서 엄격한 트레이닝을 기반으로 기초 사이언스에 기반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해 주셨습니다. 매 미팅마다 교수님의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목격하는 것은 지적으로 만족스러운 느낌을 넘어 황홀할 지경이었습니다. Mani 교수님께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바로 ‘전통을 따르면서도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는 법’이었습니다. 해당 분야의 깊이 있는 내용들을 엄밀하게 해석하며 오래된 학문의 업적들을 학습하다 보면 자연히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틀 안에서만 생각하게 되거나 권위나 명성 자체에 복종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를 탈피하여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성에 기반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트레이닝 받았던 점은 제가 성장함에 있어서 핵심적인 기반이 되었습니다. 학문에 대한 열정과 깊이 있는 생각, 학생들을 위하시는 마음을 보며 저도 교수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게 해 주셨습니다.

저의 포스닥 지도교수님인 스탠포드 의과대학의 Alison Marsden 교수님께 받은 영향을 빼고는 지금의 제 연구 커리어를 설명하지 못할 겁니다. Marsden 교수님은 앞서 소개드린 저의 스승님들과 마찬가지로 CTR에서 박사를 하시며 난류를 전공하셨는데, 포스닥 과정을 스탠포드 의대에서 하시며 심혈관 혈류역학의 모델링으로 분야를 크게 바꾸시고, 이후 커리어를 이어 오시다가 현재 스탠포드의 의과대학의 정교수까지 된 특이한 커리어를 가지고 계십니다. 저도 Marsden 교수님의 이러한 연구분야를 넘나드는 시도에 크게 감명을 받아 의대에서의 포스닥 과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기계공학과에서 학-석-박을 하셨음에도 의료분야에 뛰어들어 새로 공부하셔서 지금은 의료전문지식이 의대에서 교수를 하실 정도로 전문적이 되셨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의과대학에서 포스닥을 4년간 하며 심혈관 분야의 임상지식을 배울 수 있었고 현재까지 한국의 임상전문가들과 같이 협력연구를 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과 혁신적인 마인드로 분야를 리드하시는 분이신데 따뜻하시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지지해주시는 마음이 깊으셔서 늘 교수로서의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CTR에서Parviz Moin, Sanjiva Lele, John Eaton 교수님들과 대학원 과정을 통틀어 유체역학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수업, 연구, 박사논문심사 등으로 교류를 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Stanford의Center for Design Research에서Larry Leifer 교수님 밑에서 일하고, 또 d.school에서 수업을 듣고 같이 일도 하게 된 수많은 교수님들 및 스탭들로부터 받았던 영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Design thinking을 통한 혁신 및 창의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이를 여러 기업에 전파를 하는 일을 했던 것은 제 삶의 마인드셋과 연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었습니다. 이외에도 정말 훌륭한 연구자분들로부터 받았던 좋은 영향들을 기술하자면 너무도 많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9. 연구 활동하면서 평소 느끼신 점, 자부심, 보람에 대해 이야기해 주십시오.

- 얼마전에 저희 연구실에 학생이 연구 개발 중에 몇달 동안 끙끙거리고 앓던 문제를 해결한 후 내용을 정리하여 열정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제가 물었습니다. 오랫동안 힘들게 하던 문제가 해결이 된 걸 발견한 그 순간에 기분이 어땠는지요. 매우 신나고 짜릿했다고 하는 학생에게, 저도 그 맛에 연구해 왔다고 답해줬습니다. 연구라는 활동은 그 본질적 속성이 아주 긴 고통의 기다림과 그에 비해 짧은 순간의 기쁨을 내포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아무도 도전해보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습니다. 쉬운 문제였다면 누군가 풀었을 것이고, 누군가 이미 풀었다면 내가 도전하고 있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푼 내용은 새로운 내용인지라, 엄연히 말하자면 나의 노고를 알아줄 수 있는 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사실 온전히 연구자 본인과 참여자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따라서 내가 오랜 시간 고생하고 고민하여 얻은 소정의 결과물에 대해서 기뻐하는 과정은 누가 알아주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에게 해주는 인정일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의 반복이 저의 깊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만들어주었다고 믿습니다.

학자라면 연구를 통해 어떤 지식적 발견을 하는 자체도 큰 의미가 있고 즐거운 일이지만, 공학자라면 본인이 개발한 이론이나 툴, 연구분석에 대한 결과가 실제 케이스에 적용되어 명확한 효과를 볼 때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혈관 질환에 적용될 수 있는 이론 및 툴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임상의사들께서 저희가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치료계획을 세우셔서 실제 환자치료에 적용하시고 이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알려주신 일이 매우 보람되었습니다. 일례로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기형심장을 가진 소아환자의 흉부외과적 수술을 진행하기에 앞서 저희의 전산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가상수술을 수행하여 최적의 수술형상을 평가한 후 실제 수술에 도입된 사례가 있었습니다.(사례 소개: https://flow.khu.ac.kr/impact/congenital-heart-disease)

흉부외과 교수님께서 저희의 기술을 적용한 결과를 참고하시어 수술에 도움이 되었고 환자도 잘 회복하고 있다고 알려주신 사례는 저희가 연구를 하는 의미를 다시금 한번 새기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실에서 최근에 수행한 산학과제 중에 무인 비행체의 한 파트를 맡아 역학적 해석을 전산방법을 통해 수행하고 안정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설계 향상을 도와드린 일이 있었는데, 해당 결과가 잘 반영되어 무인 비행체가 실제로 잘 제작되고 스페인에서 개최된 Mobile World Congress에 전시까지 된 사례 역시 매우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스탠포드 대학에 있을 때에 Design Thinking이라는 프레임워크를 국내 대기업에 전파하고 교육하는 일을 했었는데, 해당 프레임워크가 다양한 회사 내에서 적용 사례들이 생겨 서비스로 이어지는 것을 본 것 역시 매우 보람되었던 것 같습니다.


10. 이 분야로 진학(사업)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심혈관혈역학의 모델링 분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사람 생명을 살리는 것을 돕는 일을 공감하는 학생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분야 연구를 하다보면 자연히 환자 데이터를 다루게 되고 사람 생명이 좌우되는 의사결정을 돕는 일을 하게 되므로, 본인이 하는 연구가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를 되새기고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함께 가져간다면 좋은 연구자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부터 의료진단 등 바이오-의료 기술 분야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미래 중점개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선진국가들과 국제적 테크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여 계속해서 투자하는 분야입니다. 이전까지는 다소 생소할 수 있었으나, 해당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이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각지에서 필요하게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현재까지는 기계공학에서도 혹은 의학에서도 다소 낯선 주제로 여겨지지만, 앞으로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의료나 임상에 대해서 다루는 것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거나 어려워할 수 있지만, 꾸준히 해당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관련된 연구자 및 임상전문가들을 만나 교류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중에는 익숙해지고 해당 분야에 공헌할 수 있는 전문성을 충분히 갖출 수 있습니다. 저는 연구와 교육에서 창의성 및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분야를 가로지르는 접근이 늘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다양한 연구 트렌드들도 이를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 분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열린 시각과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고 새로 만들어 가는 미래에 대한 설렘과 즐거움으로 도전했으면 합니다.


*서종민 교수님의 최근(대표) 논문 5개 이하

  • Seo J, Somarakis C, Korneev S, Behandish S, Lew AJ. Physics-based nozzle design rules for high-frequency liquid metal jetting. Physics of Fluids. 2022; 34 (10):102113. https://doi.org/10.1063/5.0107566

  • Seo J, García-Mayoral R, Mani A. Turbulent flows over superhydrophobic surfaces: flow-induced capillary waves, and robustness of air–water interfaces. Journal of Fluid Mechanics. 2018;835:45-85. doi:10.1017/jfm.2017.733

  • Seo J,  Schiavazzi DE,  Kahn AM,  Marsden AL.  The effects of clinically-derived parametric data uncertainty in patient-specific coronary simulations with deformable walls. Int J Numer Meth Biomed Engng.  2020; 36:e3351. https://doi.org/10.1002/cnm.335

    • Fluid mechan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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